'남자들이 좋아하는 순정만화'에는 몇 가지 특징들이 있습니다.
(사실 '순정만화'의 정의 자체가 애매하죠. 어디까지를 순정만화로 볼 것이냐.
그림체로 정의할 것이냐, 내용으로 정의할 것이냐, 작가로 정의할 것이냐..
끝이 없는 논란입니다.
일단 여기서는 순정만화의 범위를 최대한 넓혀서, 경계선에 있는 모든 것들이 순정만화라고 보고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1. 사랑이 아닌 주제
남자들이 순정만화를 본다고 할 때 주로 '남녀간의 사랑'이 주된 내용이 되지 않는 만화들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김혜린, 박무직, 유시진 등이 이런 류에 들어갑니다.
사실 모순이라면 모순인 상황입니다.
순정[純情]
[명사]순수한 감정이나 애정.
- 순정을 바쳐 사랑하다
- 그는 그녀의 어린아이와 같은 순정에 감동했다.
꼭 순정을 '애정'이란 단어로 등치시킬 수는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순정만화로 분류되는 만화들의 대부분이 '남녀간의 사랑'을 다룹니다.
'순정만화는 좋지만, 사랑 타령은 싫다?'
이 정도로 정리될 법한데... 이런 모순적인 태도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그것은 순정만화가 기본적으로 '여성의 시선'에서 쓰여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성의 눈으로 서술되는 사랑은 당연히 여성의 판타지를 기본으로 합니다. 남성의 입장에선 어느 정도 불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단적으로 얘기해서, 꽃미남과 평범한 여자가 나오는 만화를 남자들이 좋아해야 할 이유는 없는 거죠. ^^;
2. 남성 판타지
그래서, 순정만화의 문체와 문법을 따르더라도, 그 내용이 '남성 판타지'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남성들에게 선호됩니다.
흔히들 할렘물이라고 하죠.
평범한 남성에 멋진 여성의 구도. 남성 하나에 여성 여럿인 경우도 있겠구요.
이런 류의 만화는 주로 일본 쪽에 많죠. '러브 인 러브', '전영소녀', '나의 여신님'들이 이런 류로 분류되겠습니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이런 류를 순정만화로 볼 것이냐 아닐 것이냐는... 애매한 문제입니다. ^^;)
3. 경쟁 구도, 영웅담
주인공이 역경을 헤치고 경쟁자들을 물리쳐나가는 스토리의 경우에도 남자들에게 선호됩니다. 황미나, 신일숙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습니다.
(물론, 황미나의 만화를 순수하게 '순정'으로 볼 수 있느냐의 논란은 있습니다. '슈퍼트리오' 같은 것들은 아예 순정지가 아니라 소년지에 연재됐었죠. 박무직도 경계선에 있는 경우구요.)
천계영의 '오디션'도 경쟁 구도를 활용한 만화로 볼 수 있겠는데요.
천계영은 사실 '오디션'이 아니었다면 남자들이 선호하기엔 좋지 않은 작가에 속합니다. '언플러그드 보이'나 '컴백홈' 등은 전형적인 여성 판타지니까요.
4. 소재의 특이성
1,2,3에서 주로 '스토리'의 측면에서 살펴봤는데요.
이 항목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남자들이 좋아하는 작가 혹은 작품이 있습니다.
전형적인 '순정만화의 문법'을 따르지만 남자들에게 선호되는 작가 혹은 작품.
이들의 공통점은 '소재'입니다.
SF, 역사, 판타지, 스포츠 등등 '일상이 아닌 소재'로 그려지는 경우, 순정만화의 문법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남자들에게 선호됩니다.
강경옥이 4번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됐던 김혜린, 박무직, 신일숙, 유시진, 황미나 등은 이번 케이스에도 해당됩니다.)
이들은 소재 측면에서만 SF, 역사 판타지를 차용했을 뿐, 주제의 전개에서는 전통적인 순정만화의 문법을 따르는 경우에 해당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만화가 남자들에게 선호되는 건 '소재' 측면으로 보는 것이 맞겠지요.
권교정이 결코 남자들에게 선호되는 작가가 아니지만 '디오티마' 만큼은 예외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겠네요.
또, 어떤 특징들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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